기타/책 이야기

[공부 공부] 공부,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이현성? 2023. 7. 27. 00:32

03 공부, 재미에서 기쁨으로
03-7 공부, 성장의 기쁨

'해치우는 것'으로서의 공부에는 '해보는 것'만 넘쳐난다. 더구나 이 '해치우는 것'에는 해보고 난 뒤 결과가 돌아와 나에게 교훈을 주는, 그런 '겪음'이 없다. 그 공부를 하는 동안 내가 무엇을 '겪었고' 그 '겪은 것'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이끌어내야 하는지 생각할 틈이 없다. 내가 공부한 것의 의미를 되새길 틈은 없고 다만 수량화된 성적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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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가 배움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꾸어가는 과정을 '성장'이라고 부르며, 그 성장 과정이 곧 삶이다.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어내는 힘이 커지는 것, 즉 성장이 배움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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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핵심은 연속성이다. 경험의 갱신을 통해 삶이 연속적으로 진행될 때, 우리는 그것을 성장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삶에서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바로 삶의 연속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삶의 연속성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목적의식적인 과정이 바로 좁은 의미에서의 교육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교육이란 자기 경험을 연속적으로 바라볼 줄 알고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성장의 기쁨은 연속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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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활동이란 원인과 결과, 자기 행동과 영향의 연속성을 가늠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적 활동은 연속성에서 중간 과정을 발견한다. 사람이 지식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작 단계의 조건과 예상되는 결과 사이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알 때다. 그 무엇을 알면 시작과 결과를 연결할 수 있다. '현재의 힘'과 '도달해야 할 목적' 사이를 연결하는 수단을 듀이는 "중간 조건"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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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누릴 수 있다. 창조하고 향유하는 삶, 이것이 멋진 삶이며, 멋지게 사는 것은 삶의 목표이자 공부의 쓸모다.

 

새로운 연속성을 위한 중간 조건

 

『공부 공부』에서 글쓴이 엄기호는 공부를 연속성과 연관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배움의 내용과 과정이 배우는 자와 연관이 있고, 과거를 성찰하면서 얻은 교훈으로 미래를 예측하여 결과를 통제할 수 있을 때 우리가 성장한다고 주장한다. 성장하면서 느끼는 통제감과 자기 효능감이 지적 쾌감으로 작용하며 이것이 공부의 기쁨이자 공부를 계속할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속성은 우리가 성장하고 공부를 계속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연속성을 얻으려면 "중간 조건"을 파악해야 한다. 중간 조건이란, 연속성의 관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활동이 미래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의미한다. 중간 조건을 파악하는 과정은 또 다른 배움의 과정이다. 저자는 또 다른 배움을 지속하기 위해서 흥미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역시 배우는 자가 연관성과 연속성이 존재함을 인지할 때 배움의 흥미가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학교는 배우는 이 각각의 중간 조건을 파악하기 불가능한 환경이라며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이 때문에, 현대 한국 학교는 재미, 성적, 스펙과 같은 배움의 외부적 요인으로만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고, 결국 대부분의 학생은 공부를 통해 성장하지 못하고 공부를 빨리 해치워야 하는 것으로만 인식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는 연속성이 무너진 사회이며 대다수의 사람이 배움의 동기를 잃은 사회이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즐거움이나 재미만 좇는 반지성주의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글쓴이는 공부의 목적이 재미가 아니라 창조와 향유의 기쁨을 알고 성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글을 마친다.

 

저자는 중간 조건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해야 성장을 통한 지적 쾌감을 느끼고 공부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중간 조건을 배우는 데 흥미를 찾아주지 못하는 한국 학교의 문제를 지적한다. 물론 학교에서는 자신의 삶과 연관성이 없는 분야도 가르치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며 통제감 등의 지적 쾌감도 얻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이 '도대체 이걸 왜 배우는가?', '배워서 뭐 하는가?' 등의 의문을 가진다. 물론, 글쓴이의 주장처럼 모든 학생이 앎의 즐거움을 알고 지적 활동으로부터의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궁극적이고 이상적인 교육일 것이다. 하지만, 공부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경험의 갱신을 통해 얻은 교훈으로 자신과 주변 환경을 통제할 때 얻는 지적 쾌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성장하면서 체계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하는 역량을 얻는다. 이러한 사고 능력은 한 분야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수학자로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서양 음악 이론의 역사를 말할 때 시작점이 된다. 피타고라스 음률은 음의 높이를 수학적인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음악에 수학적 사고능력을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 교육은 이상적인 교육은 아니어도 우리가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즉,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그 자체에서 연속성을 찾는 것이 아닌 학교 교육을 자신의 삶과 연관된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한 연습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배움의 내용에 관련된 것이 아닌 한 차원 높은 수준인 배움 자체에 관련된 "메타 중간 조건"이라 볼 수 있기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배우는 자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데 중요하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교 교육 자체를 미래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메타 중간 조건"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면 새로운 연속성을 얻어 공부를 통한 성장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