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내 이야기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

이현성? 2023. 7. 26. 23:36

두 달 전, 오랜만에 대학교 동기 한 명을 만났다. 서로 바빠서 연락이 뜸하다가 거의 2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교 새내기 시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나와는 반대로 굉장히 외향적이고 끼가 많아서 술자리나 다른 모임에서 항상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예전 자신의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주변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그런 행동들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새내기 때의 나는 그 친구의 존재감과 활발한 성격이 매력적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널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가볍게 위로해 줬지만,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무척 속상했다. 그런데 속상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내가 왜 속상한 건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어서 계속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며칠 뒤 김갑수 문화평론가가 "대단히 미안하지만 대상을 받은 박은빈 씨, 울고불고 코 흘리면서 타인 앞에서 감정을 그렇게 격발 해서는 안 된다."며 박은빈 배우의 수상소감을 비난한 것을 보고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3aRtJHfsN4g

박은빈 배우는 감정을 정직하게 표현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녀의 수상소감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감정이 김갑수와 같은 사람들에 의해 공감받지 못하고 오해되거나 거부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진솔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박은빈 배우 같은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대학교 동기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말을 했을 때 속상함과 섭섭함을 느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큰 감정 기복을 겪을 만한 일도 없었고 나의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더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예전보다 나를 더 많이 표현하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감정을 나누는 일이 삶에 풍요로움을 더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작한 이 블로그에도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글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아직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이러한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고 있다.